존경하는 우리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들께.

오늘 성경장을 넘기다가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그냥 사도행전 20장을 읽는데, 옛기억이 떠오르고, 떠올리다보니 새삼스럽게 감사해져서,
이렇게 글로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사도행전 20장에는
유두고. 잊을 수 없는 청년의 이름이 있습니다.

구 보건소 건물이 우리 교회 교육관으로 되고,
그 1층에 다락방이라 할만한 공간이 처음 생겨,
친구들과 종종 올라가 "이 바로 밑에 주차장이 생긴대매" "오 진짜?"하며
기웃기웃 보기도 하고 장난도 치던 즈음이었습니다.

어느 토요일이나 주일 오후에, 그 날도 저와 두어 친구들이 해를 피해 그 방에 들어와 앉았는데,
창문 밖에서 누군가 부르시는 겁니다.
잘 아는 주일학교 선생님이셨습니다.

그 선생님은 우리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시며, 웃으시더니, 성경퀴즈를 내겠다고 하셨습니다.
맞추면, 맛있는 걸 사주시겠다고요.
문제는, 바울의 설교 중에 졸다가 떨어져 죽은 사람의 이름이 뭘까. 였습니다.

저와 친구들은,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자신감이 나왔나 귀엽기만 해도,
그 때 스스로가 나름대로 성경 '꽤나' 읽었다고, '꽤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설교도 나름 열심히 들었고, 제자훈련도 받고, 큐티도 이따금 하고,
왕년에 서부노회어린이대회에서 성경퀴즈대회나 성경고사에도 나갔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사람 이름이 어디 나오는지 알 수가 없는 겁니다.
누군가가, 바울이면 사도행전 아냐? 라고 했고
누구는 사도행전 1장부터, 누구는 끝부터 찾고, 누구는 다른 성경을 뒤적거렸습니다.
꼭 맛있는게 먹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빨리 맞춰서 선생님한테 우리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 오기로 덤벼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저번에 봤을 때 분명히 어디 부록으로 돼있었는데, 인상깊게 봤었는데" 하며 헤매다가..
결국 선생님의 힌트로 답을 맞췄습니다.
아아, 사도행전 20장에서 그 이름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반갑고 감격스러웠는지요!

"유두고".
선생님한테 틀리지 않고 답을 외칠려고, 혹시나 다음에 같은 문제 나오면 안틀리려고
중요하지도 않은 이름을, 얼마나 마음속으로 많이 불렀는지 모릅니다.

그 날 이후로 우리는 선생님을 "유두고 선생님" 하고 불렀습니다.
선생님은 좋은 이름은 아니라며 사양하셨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았고,
선생님은 맛있는 거 사달라는 우리 보챔에 시달리시다가
결국은 날을 잡고 맛있는 피자를 사주셨지요.

사실, 결국 피자를 먹던 그 날에,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제 끝났나. 이젠 뭐 가지고 선생님이랑 얘기하지? 하는 마음..
비싼 피자였지만, 선생님과의 소소한 장난,
그 눈맞춤과 웃음의 교감보다는 덜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우리가 즐거웠던 이유는 답을 맞추는 것이나, 피자를 먹는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어쩌면 그에게도 퀴즈나 피자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생생한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미소가 떠오르는 것은,
선생님의 그 작은 표정, 몸짓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함 때문입니다.
아이들에 대한 작은 관심들.. 대화를 시도하고, 기다려주고, 시간을 나누고..


지금 여기에는 '유두고 선생님' 이야기 밖에 적지 않지만,
돌아보면, 언제나, 매 학년마다 제 옆에는 선생님들이 계셨습니다.

유치부 때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어려운 율동을 척척 하던 선생님,
그 때는 기도시간에 제가 눈뜨고 우리 반 선생님이 기도할 때 눈뜨나 안뜨나 봤었더랬죠.
초등부 때 우리 반 장난꾸러기들 때문에 한숨쉬시던 선생님
성가대 선생님, 이미지 망가지는 것도 감수해 가며 우리 눈높이로 성경얘기 해주시던 목사님들,
중고등부 때 어떻게 하면 얘네들을 말씀으로 비전있게 키울까 고민하시던 분들,
비전캠프, 기도 때마다 안아주신 것, 큐티모임, 교사기도회, 전도, 결석하는 친구들에게 마음 주셨던 것..

매 학년 때마다 선생님들이 바뀌는건 알았지만
저희가 아주 어린 아이때부터, 지금까지도,
언제든지 저희 옆에 누군가가 계셔 왔다는 게 오늘따라.. 참 새롭습니다.

새벽에 온 이슬비에 자기도 모르는 새에 나무가 자라는 그 자람처럼
때마다 옆에 계셔준 여러 분들 덕분에 제 자람이 더 풍성해지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어느덧 저도 한 명의 주일학교 선생님이 된 지금,
그 때 그 사소함들이 내 일상의 또다른 사소함이 됨이 즐겁습니다.


인제- 인사 올릴래요.




일일이 다 호명하지 못할
감사하옵는
선생님,


어린 저희들이 외면하고 자존심 상하게 해도 참아 주신 것,
먼저 다가와 주신 것,
나이를 넘어 저희를 이해하려 노력해 주신 것 감사합니다.
저희는 알지 못해도,
언젠가 저희 문제를 놓고 걱정해 주시고,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셨던 것.
고맙습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어 오히려 죄송합니다.

지금도 어리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어릴 적의 저희,
여러 모로 더 비뚤어졌고 더 민감했을 그 때에,
저희의 성장을 묵묵히 기다려주시고
저희를 위해 손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보니 그 사랑이 참 하나님 사랑을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오르사랑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고,
아직은 받는 게 더 익숙하지만,
그저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신 것처럼 하나님께 충성하겠습니다.

또 저도 제가 지내는 이 곳 교회에서
아이들의 자람을 기다리며, 인내하고,
우리가 주 안에 더욱 온전해지기를 소망하는
그런 선생님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도행전 20장을 스치는 짧은 추억을 잡아
이렇게 좋은 감사의 마음을 제 안에 여물게 하신,
연약한 우리를 말씀으로 붙잡아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
사랑의 본을 보여주시고 성도 간에 기쁜 교제 허락하신
하나님께 꾸벅, 큰절 올립니다.




2012년 6월 26일 화요일 새벽에
말로 다 못한 아쉬움을 담아, 타지에서, 제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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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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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닉슨

2012.06.29
15:11:37
(*.117.11.5)
아 참!
기막힐 정도로 애틋한 심정이
가냘픈 눈시울을 적시네!

주님의 사랑을 고히 먹고 자라 성년이 된 귀하신 복!
더욱더 빛송이 양을 아름답게 다듬어 기르시나 봅니다!
그러길레 은혜받은 귀한 자녀들이 몸이 자라고 생각이 자라서
걸어운 뒷일들을 더듬을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는 것
정말 귀하고 값진 일 이라고 여겨ㅜ 집니다!
어느어느 선생님을 막론하고 동일한 가슴으로 아이들을 가르쳣지만 빛송이 처름 의미깊은 추억을 낱낱이 수놓아준 이들이 드믈었는거 같아요!
참으로 고맙고 진지한 추억의고백이요 선생님 하는 주교교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긍지로 으쓱여질꺼에요!
참으로 칭찬하곺은 귀한 글이예요!
잘읽었읍니다!
내 내 주안에서 행복하세요!
결혼 여부는 잘모르겠지만 미혼이라면 참좋은 배필을 만날 것이고 기혼 이ㅏ면 주안에서 아들딸 잘낳고 진짜 행복하게 잘살아요?
은퇴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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