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의 명령으로 아프간에서의 철수가 이후 참 많은 아쉬움을 가져올지는 모르겠으나 한 줄이라도 글을 써서 마음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앞서 올린 글에 여러 식구님들의 답장이 힘이 됩니다.   저희 단체에서 제가 섬기는 분 들이 어느 정도 정리를 끝내면서  아프간에서의 삶을 정리해 봅니다.    

처음 아프간으로 마음이 결정되었을 때 왜 그곳에 가는가? 라는 질문에 어떤 산악인이 '산이 거기 있어서 오른다'는 명언을 빌려서 '사람들이 거기 있어서 간다'라고 했듯이 저는 사람 사는 곳이 너무 좋습니다.
막상 떠난다 하니 아쉬움도 있지만, 내 인생의 한 시기에 겪은 아프간의 추억은 아마 실제보다 더 진하게 마음에 새겨져 있을 듯 합니다.  어찌하든지 이들의 삶 속에 들어가려는 애씀이 그것을 만들어 냈는지는 모르지만 짧은 세월이 아닌 듯 느껴지는 것은 아프간 사람들의 끈질긴 삶  때문이 아닐 까 싶습니다.

아프간은 겉으로 보기에 참 무질서합니다..  
질서가 오히려 무질서를 일으키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서양에서 온 분들은 동양에서 온 분들보다 훨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길은 만드는 것이지,  만든 길에 맞추어서 가는 것이 체질에 안 맞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혹 있을 지 모를 사고에 긴장하며 천천히 차를 모는 것이 어쩌면 사고 위험이 더 많은 곳이고 거칠게 끼여 드는 일로 숨막혔던 순간들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자전거가 서로 부딪혀도 삽시간에 모여들어 끼여 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당해놓고도 왜 또 그러는지. 그런 곳은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거든요.
지방을 다녀보면 지역마다 분위기가 다릅니다.   지극한 접대로 감사를 표하는 마을은 치료의 역사가 두드러지고, 굳은 마음을 절대 풀려고 하지 않는 곳에는 치료가 미미함으로 표시가 나기도 했습니다.   지방 가는 길은 대개가 험합니다.  거의 시속 10KM, 먼지에 완전히 파묻혀 갑니다.  
안전에 대해서는 너무도 많은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던 곳, 아프간 입니다.

아프간 사람들의 아픈 몸이 너무 안타까워서 시작했던 침술사역이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모바일클리닠을 운영하느라 마을을 찾아 떠나다 보면 길에서 당하는 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두 차례 근거리 폭탄을 경험했던 일들.  마을에 들어가서 자리를 펴야 긴장이 풀어집니다.
어느 곳에서는 조그마한 아이들이 차를 둘러싸고 의료가방, 책 가방을 훔쳐가고 헤꼬지를 하던 그 무시무시한 아이들 속에서 처음으로 집단테러가 이런 것인가를 느꼈었습니다.  갑자기 용기가 나서 너희 부모들을 치료하러 온 기구들이니 돌려달라고 한 시간이상을 시룬 끝에 돌려받은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정신이 멍한 상태로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그게 그리 속상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사랑한다는 것이 뭐 별 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더불어 살기를 마음먹고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것부터 살던 사람보다 더 감동받고 더 칭찬해주는 그것 일 듯싶습니다.
풀 한 포기 난 것으로 감동받는 일,그 어린 묘목이 심겨졌을 때 언제 크나 했는데 몇 년 새에 제법 우거지기 시작한 카불대학 울타리 나무들. 먼지와 함께 먹고 자고 일을 하는 삶이 오히려 보람이었습니다.
구멍 나고 찟겨 진 도로가 어느 날 떼워지는 것을 보며 하루 내내 기분좋았던 날들, 공 하나 돌멩이 네 개로 아침 일찍부터 골목에서 축구 하는 아이들이 너무 소망스럽고 줄 끊어진 연을 좇아가는 아이들의 소박함도 느낄 수 있었구요.

하루가 멀다 하고 집이 들어서는 카불 외곽에는 어딜 가나 물통들이 길게  줄을 잇고,
풀레수르크, 코테상기에는 아침 일찍부터 하루 일당을 벌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오전 5시만되면 어김없이 가게 앞을 쓰는 사람들, 매일 쌓이는 그 먼지들을 오늘도
물을 뿌리고 쓸고 오전이라도 깨끗하게 손님 맞으려는 마음 씀씀이가  참 좋아 보입니다.
그렇게 많은 자살폭탄 사건이 난 곳이 몇 시간만 지나면 깨끗하게 치워지는 것도
청소에 이골이 난 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알면 알수록 지난 몇 십 년간 쌓인 분노가 이렇게 컨트롤 된다는 것이 놀라운 사람들.
속이야 어떻든지 전날 바로 이웃이 원수로 돌변했던 일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슬픔을 속으로 삼키는 데 참 빠른 사람들입니다.

지금도 진하게 남는 한 마을, 이번 납치사건이 난 지역에서 좀 더 들어간 곳입니다.   며칠 치료하고 피곤해 쉬고 있는데 한 분이 여기서 1시간만 더 들어가면 10가정이 사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린다고 해서 어쩌나 싶었습니다.  혹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마음 먹고 밤길을 1시간 정도 들어가니 벌써 8시가 넘어갑니다.  그 깊은 산중 마을 전부가 음식을 마련해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함께 식사 후 한 사람 한 사람 치료하며 깊은 교제가 이루어졌고 기도로 이들을 축복하고 함께 웃고 울었습니다.
병든 이들의 몸을 보면 그냥 몸이 아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지난 세월의 상처는 또 어떻구요.
심상치 않는 삶의 굴곡을 알리듯 그 마을 이름도 '피의 골짜기'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어느덧 1시를 넘기면서 마을을 나서는 데 왜 그렇게 밤하늘이 맑던지 그냥 거기에 자리 펴고 싶었습니다.  
팀원들이 혹 걱정을 한다 싶어서 나섰습니다만.
    
삶은 참 다양하다 싶어도 조금 지나면 사는 게 거기서 거기인 것 같습니다.  단지 그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하는 마음이라는 조건이 있습니다만.
철수를 앞두고 마음 상해있는 분들을 다독거리고 예배하고 말씀 전하고 지방에 있는 소중한 사역자들의 정리를 돕는 일, 나가 계신 분들의 짐 정리 하면서 참 피곤했나 봅니다.  저녁 10시면 잠들어 안 그래도 일찍 잠자리 펴는 사람으로 알려졌는데 요즘은 8시가 되어 바로 취침할 정도로 피곤하네요.  
요나와 이삭이가 오늘 한국으로 출발합니다.  내일 모레나 되어야 부산에 도착하겠죠.  
저도 이제 한방클리닠과 집을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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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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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옥진우

2007.08.14
09:27:38
(*.97.37.246)
선교사님의 글들이 도전과 은혜가 되어 허락없이 선교사님의 글을 저의 직장 내 기독신우회 게시판에 많은 전국의 크리스챤들과 종종 나누곤 하였습니다(물론 교회명,이름 등 구체적인 많은 부분들은 익명(*)처리하였습니다) 불신 직장동료들도 최근 사건과 더불어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하나님 나라확장을 위하는 일들에 좀 더 힘을 쏟아야지 하는 생각이 가슴으로 듭니다 선교사님의 안전과 사역의 정리, 아프간을 위해 기도합니다 평안하시길

id: 문해룡

2007.08.14
11:10:55
(*.161.116.140)
선교사님^^ 잠시 쉬라는 하나님의 뜻인듯합니다. 이 때에 좀 들어오셔서 쉬시고 다시 영혼을 향한 사랑과 도전 정신으로 다음 준비를 해야하는 듯합니다. 2명의 석방이 이루어졌는데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선교사님의 삶을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닉슨

2007.08.14
12:54:23
(*.99.94.76)
참으로 잘한 결정인것같습니다. 대대로 물려받은 고집스런 성품일랑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여겨 젓는데 분깃점을 찾은듯 제맘도 시원하군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때문에 스스로의 초지만을 주장할수없는것이 바로 주님의 뜻인것 같습니다. 딸과 아들이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가 함초롬하게 젖어든 아늑한 가정에 다소고시 한데모여 즐겁게 찬양드리는 여유있는 상상!! 선교사님의 오늘이 되는 보람이 될줄로 압니다. 수많은 사명자들이 굽이굽이 각기 다양히 분주하게 역동하고 있읍니다.조금도 아쉬운 생각일랑 접으시고 그곳정리를 마치시고 귀국하셔서 더깊으신 주님의 의향을 물어보세요!! 할렐루야!!

정희채

2007.08.14
15:14:07
(*.249.164.106)
안타까움과 서글픈 마음이 앞서는 아프키나스탄의 이미지 입니다. 그래도 선교사님께서 계셨기에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 수 있었는데 이 마음마저 닫혀버릴까 걱정입니다. 그동안 마음고생 이루 말하기 힘드실 것입니다만 주님께서 선교사님의 마음 헤아리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선교사님의 앞길을 잘 아시는 주님께서 더 나은 내일을 계획하시고 인도하시리라 확신합니다. 선교사님 사랑하고 고맙고 감사합니다. 오시면 삼계탕 한그릇 합시다..

김민경

2007.08.24
16:59:15
(*.44.136.181)
선교사님 이럴 때일 수록 힘을 더 많이 내세요~!
선교사님의 그 열정과 영혼을 향한 사랑...주님은 아십니다. 승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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