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1.

뎅그랑 뎅그랑 -

 

조용한 시골 마을에 종소리가 울립니다.

괘법, 덕포 삼락 마을에 새벽 4시를 알립니다.

흐릿한 호롱불이 켜지고 밥을 짓는 연기가 모락 모락 오릅니다.

예배당 새벽종 소리는 마을을 깨우는 기상나팔입니다.

 

할아버지의 어험 기침 소리가 들리고

아버지는 아궁이 재를 치고 산입논으로 거름을 져 나릅니다.

아이 네 다섯은 보통이인 엄마는 이른 밥을 지어 먹여

도시락을 들여 주면  바쁘게 공장으로 출근하고

사상역에서 기차타는 학생들은 가느곡 넘어 줄달음을 칩니다.

일년 삼백 예순 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울리는 예배당 종소리는

마을을 깨우는 자명종이었습니다.

 

2.

뎅그랑 뎅그랑 -

 

별안간 예고 없이 울리는종소리는 대체로 조종입니다.

잠시 일을 멈추고 숙연해 지면서 입소문을 따라 상가로 모입니다.

장의사는 물론이고 용품도 직접 만들던 시절에는 교인들이 힘을 모읍니다.

조사님이 고인을 염하고 재봉틀을 가져와 상복을 짓고 음식을 만들고

먹을 갈아 큰 글씨로 만장에 성경 구절과 찬송가를 써 깃대에 메달고

꽃을 접어 만든 흰 상여를 따라 찬송을 부르며 벼락산 공동묘지로 향했습니다.

 

집집마다 숫한 영유아가 사망하던 시기였습니다.

고만 고만한 아비 친구들이 위로하며 젖 비린내나는 포데기에 싸서

등에 업고 뒷동산 애장터에 밤새 고이 묻어 주었습니다.

 

3.

뎅그랑 뎅그랑 -

 

초종을 치고 30분이 지나면 재종을 칩니다.

저녁 예배이면 이미 영수님, 장로님이 호야의 그을음을 닦아 불을 켜고

겨울이면 장작 난로를 피우고 앞 자리에 정좌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앞서서 시작을 준비하던 신앙의 어르신, 그 선배님들

 

성경을 불끈 끼고 팔을 휘저으며 저만치 가는 남편을 따라 

흰 무명옷에 수건을 쓴 여인들이 바삐 뒤쫒아 갑니다.

우리 교회는 모여사는 정다운 시골 마을 예배당이었습니다.

 

일제 말년의 흉한 폭압에 눌리던 대동아 전쟁 시절

무기를 만든다고 쇠붙이를 공출당할 때 종탑에서 내려져

싣고갈 날을 미적거리다가 해방이 되었습니다.

 

자유의 기쁨이 천지를 진동할 때 다시 종루에 올라 힘차게 울리자

흩어졌던 교인들이 회귀하는 연어처럼 고향으로 모여들었습니다.

 

4.

뎅그랑 뎅그랑-

 

시계가 흔해지고 라디오가 지천에 깔리자

종소리는 타종에서 차임벨 찬송가로 바뀌어 확성기로 울리다가

산업화로 도시화로 사람들이 몰려오자 소음의 민원이 되어

방송이 금지되고 종루도 사라지고 기억에서 잊혀졌습니다.

 

작은 예배당의 나무 종탑

맑고 은은한 영혼의 울림  

그리운 옛 교회의 추억

 

100주년 기념관이 세워지면 그때 그 시절의 기억처럼

종탑을 새우고 무쇠종을 달아 가끔씩 종을 울리면 어떨까요 ?

점점 희미해지는 신앙 공동체의 결속과 신앙의 순수함이 

그 시절의 종소리를 들으면 다시 깨어 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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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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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닉슨

2014.06.28
15:04:26
(*.117.9.145)
머언날 더듬으며 곰곰한 생각에
우리교회의 본토박이 향기를
모락 모락 풍기는 글귀에 감회가
아주 새롭습니다!
많이들 읽어 주셨으면 참 좋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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