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담임목사 칼럼
요즈음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집 청소부터 시작해서 빨래를 개고 음식을 하고 설거지하는 분량이 다 내 몫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하나하나 할 때마다 마누라의 잔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빨래할 때 세제를 왜 그렇게 많이 쓰냐, 유연제는 조금만 써라, 구연산과 과탄산소다는 쓰는 게 다르다 하는 말을
그때는 그냥 귓전에 들어왔다 바로 흘려보냈는데 이제는 그 말이 또렷하게 귀에 머뭅니다.
음식을 할 때 제발 좀 이리저리 흘리지 말고 깨끗하게 해라. 재료를 아끼라, 설거지를 내가 다시 하지 않도록 다시 보고 또 봐라
라는 말이 너무 선명하게 들리니 참 희한하다 싶습니다.
빨리 끝내려고 서두르면 늘 손이 가지 않는 곳이 생기는 것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마누라 눈치가 보였는데 이제는 더 눈치가 보입니다.
그래도 가장 잔소리가 없었던 것은 교회를 섬기는 사역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저의 편이 되어서 너무나 적극적인 응원을 해 주었습니다.
27년간 그 험한 선교지를 옮겨 다닐 때 한 번도 왜 그렇게 결정하느냐고, 왜 한 번도 자기하고 상의하지 않느냐는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그냥 저의 결정에 순종하며 따랐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선교하는 일에 대해서 지지하고 심지어 존경하는 마음을 아이들에게 말할 정도로 함께 했습니다.
한국에 와서도 좀체 교회사역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습니다.
주변에서 아내에게 목사님에게 이야기 좀 해달라고 하는 요청이 많아도 거의 걸러서 기도하며 해결해 나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얼마나 실수가 많은데 잔소리 많던 마누라가 침묵하며 하나님께 나아갔다고 하는 것이 사실은 더 큰 잔소리였던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라온 부부가 만나서 얼마나 많이 다투며 살아 왔겠습니까.
그렇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때가 이릅니다.
말이 서로지 그때가 되면 사실 마누라의 잔소리가 더 힘을 발휘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정상이고 그게 몸에 좋습니다.
물론 마누라의 잔소리를 음악소리로 듣는 철이 든 남편들이 많겠지만, 아직도 그렇지 못한 분이 있으면 속히 인정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게 몸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