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담임목사 칼럼
올 가을은 참 늦게 왔네요. 그리고 빨리 간다네요.
그래서 그런지 가을을 즐기려는 이들의 버스들이 분주하게 오갑니다.
아직 단풍이 덜 익었는데 말입니다.
제가 섬겼던 선교지 키르기즈스탄은 워낙 가을이 짧아서 가을을 ‘잘라또이 오신(금 가을)’이라고 합니다.
하루하루가 정말 비싼 계절이죠.
가을이 되면 나뭇잎들이 노랗게 물들고 금방 떨어집니다.
이때가 되면 아침 저녁으로 낙엽을 쓰는 청소부들의 손이 바쁩니다.
그렇게 쓸고 나도 바로 뒤떨어지는 낙엽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남겨진 낙엽은 바람에 날려 도로로 몰려듭니다.
도로 위의 노란 낙엽은 오가는 차 바퀴에 바스스하며 수천 조각으로 부서집니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차가 지나가며 일으키는 바람에 그것들이 날리는데요. 그게 장관입니다.
가을 하늘과 햇빛에 비친 그것은 마치 금가루 같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있을 때는 그런 풍경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땅이 너무나 메말라 나무가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런데요, 가을만 오면 그곳 역시 금가을이 됩니다. 가을 빛입니다.
가을 빛은 신비합니다. 그 빛은 어떤 곳에 내려 앉아도 신비한 노란색을 토해냅니다.
언덕배기에 너부러진 탱크, 부러진 나무, 겨우 핀 한 포기 풀잎, 꾀죄죄한 아이들의 얼굴에도 내려앉으면 금이 됩니다.
이 땅에 가을이 왔습니다.
비록 짧겠지만, 저는 새벽녘의 가을빛에도 감탄합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았는데 그냥 동쪽의 밝은 빛만 있으면 그게 멀리 날아와서 여기저기 앉으면 금이 됩니다.
가을빛은 아직 여물지 못한 과일들을 격려하고 응원합니다.
곡식들은 아예 합창을 합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이는 그것을 가꾼 이가 아니라도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그러니 짧디짧은 가을이라도 충분하고 넉넉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이 아름다운 금 가을을 만끽하시고 많은 이야기를 남기는 우리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