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빼빼로 데이

지난 11월 11일, 상점마다 마트마다 빼빼로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심지어 옆의 꽃집까지도 ‘빼빼로 데이’ 특별 이벤트로 특수를 누리고 있더군요.

 

발렌타인 데이는 주로 여성 고객, 화이트 데이는 남성 고객 중심이라면, 빼빼로 데이는 남녀 모두가 즐기는 날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빼빼로뿐 아니라 여러 상품이 이날을 겨냥해 판매되고, 매출도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엔 10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이 날이 이제는 전 세대로 확산되어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빼빼로 데이는 어떻게 생긴 걸까?’

알아보니, 의외로 롯데제과의 기획이 아닌 부산의 여중·여고 학생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1993~1994년경, ‘빼빼로 처럼 날씬해지자’는 소망을 담아 서로에게 빼빼로를 주고받았다고 하지요.

그 모습을 롯데제과가 재빨리 광고에 담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고, 지금은 한류를 타고 해외 한인들과 외국인들까지도 함께 즐기는 문화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날의 출발점이 ‘날씬해지자’는 바람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우리 사회는 정말로 ‘날씬하고 멋지고 예뻐지는 것’에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겉모습이 곧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빼빼로를 먹고 날씬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칼로리 때문에 다음날 굶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문제는 겉모습만큼 속사람이 함께 자라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외모는 점점 더 가꿔가지만, 정작 마음과 관계는 점점 메말라 가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부부 사이, 부모와 자녀, 친척과 직장동료, 친구와 학우 사이가 예전보다 훨씬 삭막해진 것은 아닐까요?

아마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누릴까’ 하는 마음이 우리의 속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참 공교롭게도 올해는 빼빼로 데이 바로 다음날이 수능 시험일이었습니다.

수능이 인생의 중요한 매듭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겉사람보다 속사람이 제대로 세워진다면, 우리의 인생의 마지막 매듭은 분명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

(고린도후서 4장 1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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