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두 주전 갑작스런 한파로 교회의 수도가 얼어서 며칠간 꽁꽁 언 부위를 녹이느라 모두 끙끙댔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번 주에는 날씨가 풀려서 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옵니다.
그동안 잘 몰랐던 화장실의 변기 아래쪽에서 물이 새고 옥상의 물탱크를 연결하는 소화전 밸브가 터지고 여기저기 연결 부위에서 물이 샙니다. 얼 때 팽창했던 것이 수축하면서 이미 수명을 다했던 것을 드러낸 거죠.
우리 교회가 2008년 100주년을 준비하면서 큰 리모델링 공사를 한 지 12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니 그런 고장은 당연한 것이겠죠. 모두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워낙 관리를 잘하니 숨어있는 것은 보이지 않아서 그러했겠죠.
모든 것의 쓰임에는 기한이 있습니다. 그것을 유통기한이라고 하죠. 정부나 회사 같은 곳에서는 겉보기에는 아직 쓸만한 장비나 부품이 문제가 없는 것 같아도 그 기한이 지나면 바로 폐기 처리합니다. 그러니 모든 장비에 대한 기한을 정하고 감가상각이라는 것으로 그 가치를 감소시켜서 미리 그 가치를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겉으로만 보고 그것을 자산이라고 하는 착각을 하지 않도록 하죠. 지혜로운 경영이죠.
90년대에 선교지에서 라면은 정말 귀했습니다. 부임 시 가져왔던 것이나 혹은 손님이 주고 간 라면을 아껴서 정말 보약 한 첩 먹듯이 꺼내 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라면 맛이 이상해서 보니 유통기한이 지난 겁니다. 그 면을 끓여서 몇 번이나 씻은 다음에 먹었지만 애고! 정말 맛이 떠나갔습니다. 남은 것을 버리면서 얼마나 아까웠던지 가슴을 치며 애통해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범사에 다 기한이 있다고 했습니다.(잠언3:1)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 쓴 몸의 오장육부는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기한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몸에 대해서 감가상각을 하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강한 신앙의 체험과 이전의 헌신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다 지나갔습니다.
이 코로나 한파가 우리의 연약함을 드러냈다면, 고쳐야 할 기회를 주셨으니 감사함으로 새롭게 해 봅시다.